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 반 나절의 운중천 자연 관찰

그 동안   광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 지식과  특별한 광물에 얽힌 이야기를 실어 왔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이런 광물들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필자 역시 이곳 서판교로 최근 이사온 후 운중천을 일과처럼 1시간 가량 운동 삼아 걷고 있지만, 주변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햇빛 좋은 날, 3살 배기 손녀- 루비-와 함께 걸을 기회가 있어 ,

루비의 아장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다보니, 천변의 바위에 제법 또렷한 광물 결정이 눈에 들어 와서 ,가까이서 깊이 관찰하니 검은 운모 결정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이를 계기로 시간 여유를 갖고  ,주변에는 어떤 것들이 숨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운중천을 따라 숨겨진 보물들


새 동네 서 판교 중심을 흘러 내리는 운중천은 생태계가 잘 유지된  곳이다.





고즈넉한 곳은 아니지만, 번잡하지 않고 혼자서 가볍게 산책하면서 사색하기에 적당한 도심 속의 생태 공원이다.천 주변에는 개성있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 ,커피 한잔 생각나면 가볍게 들려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운중천 카페에서 잠깐 휴식
그러나 일상의 규칙적인 운동 삼아 걷기는  빠른 속도 때문인지, 그냥 "편안한 곳"이구나 하는 느낌 외에는 특별 함을 보지 못했다.그러나 루비와 함께 아기 걸음으로 걷다 보니 종전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것 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루비에게는  역시 보이는 게 많았다.개미,잠자리,나비 등등 신기함에 멈춰서서 자리를 뜨지 않으니 함께 천천히 살펴 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천변 방축으로 쌓인 바위 더미에서 광물 수집가인 나의 눈도 비껴 나간 것들이 새삼스레 나타나기 시작했다.
편마암

흑운모 결정

흑운모 결정
운중천은   편마암[schist] 바위들로 쌓여 있는 데, 왠만해서는 광물 결정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간혹 이렇게 육안으로 쉽게 관찰되는 꽤 큰 결정들이 보였다.
이 정도 큰 결정은 본인의 흑운모 수집품 중에 체코에서 수집된 표본보다 더 큰 결정들이다.

이제 더 관심을 갖고 바위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천천히 걸었다.역시 편마암 바위속에 붉은 페인트를 칠 한 것 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자세히 보았더니, 아! 이거 세립질[
아주 조그만 결정] 석류석이 아닌가[ 성분 분석은 안해 보았지만 경험에 의해]?

석류석 작은 결정들이 군집

잘 익은 석류알 같은 석류석

 점점 주변의 바위들은 이제 하나 하나가 예사로운 대상이 아니다.또 주변의 바위와 달리 녹색의 줄 무늬가 길게 늘어선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전체가 옅은 초록으로 장식된 것
아마 이 옅은 녹색 빛 광물은 천하석[amazonite]으로 보이는 데 장석의 한 종류다.
색갈이 짙은 천하석은 준 보석으로도 많이 사랑 받고 있다.
천하석[amazonite 결정.]브라질.필자소장
청동기 시대 장신구에도 사용되는 곡옥이라는 보석이다.
왕관이나 장식품에 사용된 곡옥

그 뿐인가  계곡으로 폭포가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바위도 보였다
흰 장석 결정들이 군집해서 폭포를 이루었다.

바위는 광물들의 군집체이다.군집체 이기 때문에 큰 결정을 가진 심성암이 아닌 경우, 개별의 광물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나 위에서 본 바위들 처럼 특이하게 특정의 광물이 군집해서 문양을 이룬 경우 우리는 형상석이나 수석이라 해서 관상용 돌이 되기도 한다.


나비와 곤충들은 어디로 갔나?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호랑 나비.배추 나비.제비 나비등 ,다양한 종류의 나비 들을 볼 수 있었지만,근래 들어서는 나비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바위들 뿐 아니라 운중천을 따라 늘어선 식생들에 눈길을 주면서 관찰하자 ,정말 보기 어려운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 했다.필자 역시 아직 식물이나 곤충들의 정확한 학명은 알 수 없어 사진으로 그 모습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화분을 즐기는 나비 사촌?


검은 스텔스 같은, 날개의 형상이 특이한 나비 같은 것이 화분을 즐기는 모습도 잡혔고


옛 날 봤던 큰 호랑 나비는 아니지만,


배추 흰나비

이 녀석들은  내가 카메라를  좀 더 가까이 들이 댔지만, 화분을 빠는 삼매경에 흠뻑 젖어
있었다.덕택에 더듬이는 물론 화분을 빨아들이는 디테일 까지 볼 수 있었다.

또 한 녀석은 내가 찾은 것이 아니라 어린 루비가 찾아 낸 무당 벌레다.
점박이 무늬가 정말 앙증 맞은 녀석이었다.그래서 애기 눈에 잘 띄였나 보다.

천변을 따라 늘어선 코스모스는 정말 아름답다.코스모스 꽃잎은 몇개 일까? 호기심이 작동해서 세워 보니 8개다.대개의 꽃잎은 짝수인가? 대개는 8개 꽃잎 이지만 예외도 있었다.6개,7개 짜리도 있었다.꽃잎이 떨어 져서, 아니면 돌연 변이 일까?





꽃들도 다양했다.특이하고 색갈이 선명한 보기 쉽지 않은 꽃들도 숨어 있었다.
이 뿐 아니라 마지막 가을을 앞두고, 먼 여행 준비를 끝낸 민들레 홀씨 같은 것들도 여기 저기 보였다. 바람 타고 여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이다.이 처럼 비행하기 좋은 설계는 누가 했을까?


이 녀석은 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한폭의 그림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붉은 단풍만 예쁜 것이 아니라 ,화살 나무 단풍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로이 알았다.내년 봄 쯤에는 집앞에도 울타리 삼아 화살 나무를 심어 볼 까?
화살 나무 옆에 포도 처럼 주렁 주렁 매달린 열매가 풍요로움을 더 하는 그리스 신화의 풍경화  같기도 했다.


운중천을 지나 판교원로변에 있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은행 나무의 단풍은 샛 노랑 색 때문에 아름답다.그런 데  어린 나무의 
단풍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판교 원로 산책길은 얕은 산을 병풍 삼아 길게 늘어선 멋진 산책길이었다.조깅을 해도 좋고 
벤치에 앉아 산을 마주하고 책 읽기에도 좋은 길이었다.
길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굴 다리 안에 , 그림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그림 타일이었다.그냥의 그림 타일이 아니라 마티즈,미로,클레등 대가들의 작품들이다.






판교원로 굴다리
반 나절의 자연 관찰로,바위와,꽃,곤충,광물,미술품,단풍 그리고 적절한 걷기와 힐링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는 혜민 스님의 말로서 새삼스레 닦아 왔다.

끝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더 붙이고 싶다.자연을 더 즐기고 싶으면 자연에 대해 더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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